




























2026. 4. 13
김종근 「화엄사의 봄」 예술평론
― 천년 고찰의 시간 위에 피어난 봄의 명상
김종근 작가의 「화엄사의 봄」 사진 연작은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지리산과 천년 고찰이 품은 시간의 층위를 ‘봄’이라는 찰나의 감각으로 시각화한 서정적 순례의 미학으로 읽힙니다. 특히 올해 화엄사의 홍매화가 3월 초부터 개화하며 전국 사진가들의 시선을 끌었던 점을 떠올리면, 이번 연작은 자연의 계절성과 사찰의 정신성을 매우 적절하게 포착한 작업으로 보입니다.
김종근의 화엄사 봄 연작은 먼저 ‘시간을 보는 사진’이라는 점에서 깊은 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
화엄사는 백제 이래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공간이며, 그 안의 봄은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니라 천년의 시간 위에 매년 되풀이되는 생명의 의식이다.
작가는 이 반복되는 봄을 단순한 풍광의 재현으로 소비하지 않고, 고요한 전각과 막 피어나는 꽃, 오래된 석등과 부드러운 햇빛, 법당의 그림자와 연둣빛 산기운을 병치함으로써 시간의 중층성을 형상화한다.
여기서 봄은 단지 꽃의 계절이 아니라
“무상한 세계 속에서도 다시 돌아오는 존재의 약속”으로 읽힌다.
사진 속 화엄사는 사찰이기 이전에, 생멸을 넘어선 순환의 상징이 된다.
1) 공간의 미학 ― 화엄사의 건축과 자연의 대화
이번 연작의 가장 큰 강점은 사찰 건축과 자연 풍경의 균형감 있는 대화 구조입니다.
봄꽃이 화면의 전경을 차지하더라도 전각은 배경으로 밀려나지 않고,
오히려 화면의 중심축에서 정신적 중력을 형성합니다.
이때 꽃은 감성이고, 전각은 질서이며, 산은 침묵입니다.
김종근 작가는 이 세 요소를 충돌시키지 않고
하나의 호흡으로 묶어냅니다.
그 결과 사진은 설명적 풍경이 아니라
“머무는 시선의 건축”이 됩니다.
관람자는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꽃 너머의 고요를 듣게 됩니다.
2) 색채의 서정 ― 홍매와 신록의 불교적 상징성
화엄사의 봄을 대표하는 홍매화는 올해도 절정을 이루며 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았습니다.
김종근의 연작에서 이 붉은 색조는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라
깨달음의 첫 징후, 혹은 마음속 번뇌를 깨우는 한 점의 불빛처럼 작동합니다.
붉은 매화, 회색 기와, 먹빛 산능선, 연초록 신록이 만드는 대비는
동양화의 수묵 채색 구조를 떠올리게 하며
사진을 회화적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특히 색의 농담을 절제한 화면은
봄의 과잉된 화사함보다
봄이 오기 직전의 맑은 정적을 더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작가의 시선은 자연 다큐멘트가 아니라
심미적 명상과 정신 풍경의 사진에 가깝습니다.
3) 순례의 시선 ― 보는 자의 마음을 걷게 하는 사진
이번 연작은 장소를 보여주기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화엄사 경내를 천천히 걷게 만듭니다.
한 컷 한 컷이 독립적이면서도 전각 → 매화 → 돌계단 → 숲길 → 지리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하나의 순례 서사를 형성합니다.
즉 이 작품들은 사진의 나열이 아니라 봄날의 수행 동선입니다.
보는 이는 작가의 렌즈를 따라 걸으며 자신의 내면에서도 겨우내 얼어 있던 감정을 녹여냅니다.
이런 점에서 김종근의 화엄사 봄 연작은 단순한 풍경 사진이 아니라
마음의 계절을 회복시키는 치유적 이미지 아카이브라 할 수 있습니다.
김종근의 「화엄사의 봄」은
지리산의 자연성과 화엄사의 정신성, 그리고 봄의 생명성을 하나로 엮어낸
명상적 풍경사진의 뛰어난 성취입니다.
이 연작의 미덕은 화려함보다 고요, 기록보다 사유, 풍경보다 시간에 있습니다.
봄꽃은 피고 지지만
작가가 붙잡은 화엄사의 봄은
한 철의 절정이 아니라
천년 사찰이 매년 새롭게 숨 쉬는 존재의 호흡으로 남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봄을 찍은 사진”이 아니라
봄이라는 깨달음의 순간을 기록한 시적 순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종근 작품목록>
지리산 -10월의 시작, 9월의 마지막, 비온 뒤 버섯 & 뱀사골, 6월의 산수국, 4월의 신록과 철쭉/ 김종근(2025)
https://blog.naver.com/wtcho2/224028818116
지리산 뱀사골 & 백무동 단풍 / 김종근 촬영- 지리산의 봄여름가을 그리고 겨울(2025)
https://blog.naver.com/wtcho2/224068299266
가을이 오네 가을이 가네 - 지리산 장터목(천왕봉) 가는 길의 만추(11. 14), 가을이 가네- 한신계곡(2025. 11. 16)
https://blog.naver.com/wtcho2/224076249229
모처럼 깨끗하고 상쾌한 봄날, 지리산에서(2026. 3.31)
'정원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쇄원 올해도 그리 피었을까, 산수유는.. 박군서 매혹 앵글 (2) | 2026.04.15 |
|---|---|
| 中正 김상윤 선생님 봄정원 풍경(4. 13, 담양) - “나이 든다는 것은 시드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깊어지는 일” (3) | 2026.04.15 |
| 얼레지 - 박군서 매혹 앵글 (0) | 2026.04.11 |
| 세계에서 가장 꽃이 큰 동백 쿠마가이( 熊谷 クマガイ 'Kumagai) 개화(4. 10, 나주시 노안면 야외정원) (2) | 2026.04.11 |
| 귀한 깽깽이풀, 황련 - 박군서 매혹앵글 (0) | 2026.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