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Sunset) Panflute: 정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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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컬렉션 ③ | 감성의 바람, 마음을 치유하는 팬플룻 – 정옥희: 화풍병∙서해에서∙석양∙바람∙Rose∙Forever & 예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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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Mist|정옥희 Panf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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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처럼 피어나는 선율 | The Rose | 정옥희 팬플룻 · 배상옥 테너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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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희 연주자 〈석양(Sunset)〉은
하루의 끝자락에 인간 존재의 고요한 성찰을 담아낸 음악적 풍경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의 원곡은 프랑스 트럼펫 연주자 Jean-Claude Borelly의 「Sunset」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서는 트럼펫 연주자 김인배의 연주를 통해 널리 사랑받아 왔습니다.
석양은 끝이 아니라 귀향의 시간
석양은 자연현상 가운데 가장 시적인 순간입니다. 태양은 사라지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내일의 새벽을 준비하기 위해 지평선 너머로 물러납니다. 정옥희의 팬플룻은 바로 그 "사라짐 속의 지속성"을 표현합니다.
연주의 첫 음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강렬한 드라마가 아니라 먼 산 너머로 기울어가는 빛의 움직임을 듣게 됩니다. 팬플룻 특유의 부드럽고 공기 어린 음색은 석양의 붉은 노을이 하늘에 번지는 모습을 청각적으로 번역합니다. 팬플룻은 원래 자연의 바람을 닮은 악기로 평가되며, 그 특유의 편안한 음색은 인간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끌어 냅니다.
팬플룻과 석양의 미학
정옥희의 연주가 돋보이는 이유는 기교를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의 팬플룻은 음을 "연주"하기보다 "숨 쉬게" 합니다.
한 음 한 음이 마치 서해의 노을빛 수평선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이어집니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은 동양화의 여백과도 같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공간입니다.
이러한 여백은 관객에게 자신의 기억을 불러낼 자유를 줍니다.
- 지나간 사랑
- 떠나간 사람
- 젊은 날의 추억
- 인생의 황혼기에 대한 성찰
연주자는 특정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청자의 내면에 머물러 있던 기억들이 스스로 떠오르도록 길을 열어 줍니다.
시간의 철학을 들려주는 음악
정옥희의 〈안개(Mist)〉가 삶의 불확실성을 노래한다면, 〈석양〉은 시간의 유한성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그 유한성은 비극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루를 충실히 살아낸 존재가 맞이하는 평온한 마침표에 가깝습니다.
팬플룻의 긴 호흡은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사실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러므로 더욱 아름답다"는 역설을 들려줍니다.
이 점에서 이 연주는 단순한 힐링 음악을 넘어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이 하나의 원 안에 있다는 동양적 순환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옥희의 〈석양〉은 화려한 연주가 아니라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연주에서 중요한 것은 음표가 아니라 음표 사이의 침묵이며, 선율 자체보다 선율이 사라진 뒤 남는 여운입니다.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고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붉은 빛이 남아 있듯이, 이 연주 역시 끝난 후에 더 오래 마음속에 머무릅니다.
〈석양〉은 팬플룻으로 그린 한 폭의 낙조(落照)이며, 정옥희는 그 노을 속에서 인간 존재의 평화로운 귀향을 연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