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꽃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꽃이 피는 시간과 계절, 쓰임새와 사람들의 기억이 함께 피어나는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6월의 정원, 꽃이 들려주는 시간
세리나정원의 6월은 꽃들의 전시장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다.
분꽃은 해가 기울어야 비로소 꽃을 연다. 한낮의 화려함을 다투지 않고, 기다림 끝에 조용히 아름다워지는 꽃이다. 어린 시절 씨앗 속 하얀 가루를 얼굴에 묻히며 웃던 기억까지 함께 피어나는 꽃이기도 하다.
당아욱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사람 곁을 지켜온 식물이다. 밥상이 되고 약이 되었으며, 소박한 아름다움과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닮았다.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언제나 화려함보다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여기에 금꿩의다리의 섬세한 자태, 벨벳찔레와 웨딩찔레의 우아한 꽃, 페추니아와 밀리언 벨의 화사한 색채, 숙근코스모스와 천인국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더해지면서 정원은 하나의 계절 교향곡이 된다.
정원은 꽃을 키우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키우는 공간이다. 꽃마다 피는 시각이 다르고, 저마다 품은 이야기가 다르듯 사람의 삶도 각자의 계절과 속도를 지닌다. 그래서 6월의 정원을 거닐다 보면 우리는 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게 된다.

분꽃 Four o'clock Flower, Marvel of Peru
분꽃은 씨앗 속에 흰 가루가 들어 있는데, 이 가루가 옛날 화장품인 '분
(粉)'과 닮아 있어 '분꽃'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영어 이름 Four o'clock Flower는 늦은 오후, 보통 4시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밤새 아름답게 피고, 다음 날 아침이면 시드는 특징에서 유래했습니다. 흐린 날에는 낮에도 꽃이 피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다른 영어 이름 Marvel of Peru는 이 식물이 페루를 비롯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다양한 색의 꽃을 피우는 신비로운 모습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저녁이 되어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말없이 간직한 사랑이나 조용한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분꽃은 여름 저녁이 되면 하나둘 피어나 은은한 향기를 퍼뜨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시절 골목과 시골 마당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꽃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씨앗을 깨뜨려 나온 흰 가루를 얼굴에 발라보며 놀던 어린이들의 추억도 많이 전해집니다.
서양에서는 저녁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는 대표적인 꽃으로 심으며, 밤에 활동하는 나방 등 야행성 곤충의 중요한 밀원식물이기도 합니다.

당아욱(학명: Malva verticillata)은 아욱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관상용과 식용, 약용으로 이용되어 온 친숙한 식물입니다. 이름의 '당(唐)'은 중국에서 들어온 식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전역에서 재배하거나 야생 상태로 자랍니다. 햇볕이 잘 드는 밭이나 길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약용
한방에서는 씨앗을 동규자(冬葵子)라고 하며, 이뇨 작용,변비 완화,부종 개선 등의 목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당아욱의 꽃말은 온화함, 어머니의 사랑, 소박한 아름다움.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꽃을 피우는 모습 때문에 꾸준함과 성실함의 상징으로도 여겨집니다.
옛 농가에서는 집 주변에 심어 어린 잎을 식재료로 이용했고, 씨앗은 약재로 활용했습니다. 아욱은 예부터 "가난한 집의 채소"라 불릴 만큼 생활 속에서 가까운 식물이었으며, 어려운 시절에도 사람들의 식탁과 건강을 지켜준 고마운 풀로 기억됩니다.

금꿩의 다리
금꿩의 다리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가느다란 줄기 위에 수많은 작은 꽃이 안개처럼 피어 매우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입니다.
'금꿩의 다리'라는 이름은 잎과 줄기의 모양이 꿩의 다리처럼 가늘고 우아하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금(金)'이 붙은 것은 일반적인 '꿩의다리'보다 더욱 아름답고 귀한 모습을 비유한 이름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나라의 산지와 계곡 주변의 반그늘에서 잘 자랍니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자연 속에서 은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꽃으로 사랑받습니다.
바람이 불면 꽃줄기가 부드럽게 흔들려 정원에 생동감을 더하며, 숙근초 화단이나 자연풍 정원에서 특히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합니다.

벨벳 찔레

웨딩 찔레
벨벳찔레와 웨딩찔레는 일반 야생 찔레꽃과는 달리 관상용으로 개량된 장미(찔레계 장미) 품종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꽃의 분위기와 색감이 크게 다릅니다.
벨벳찔레 (Velvet Rose) 꽃색: 짙은 적색 또는 벨벳 같은 와인색,향기가 은은하면서도 깊은 편입니다.
웨딩찔레 (Wedding Rose) 순백색 또는 크림빛 흰색으로 피며, 신부의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모습 때문에 '웨딩'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담장이나 아치에 잘 어울리는 덩굴성 품종이 많습니다.
벨벳찔레와 웨딩찔레
벨벳찔레는 저녁노을을 품은 듯 깊고 농익은 붉음으로 피어나고, 웨딩찔레는 새벽빛처럼 맑고 순수한 흰 꽃을 펼칩니다.
두 꽃이 같은 정원에서 함께 피어나는 풍경은 마치 사랑과 평화가 나란히 걷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벨벳찔레와 웨딩찔레는 서로 다른 색을 지녔지만, 함께 있을 때 더욱 아름다운 한 편의 정원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페추니아
6월의 정원에서 페추니아는 쉬지 않고 꽃을 피웁니다. 한 송이가 지면 또 다른 꽃이 그 자리를 채우며 계절의 빈틈을 메워 줍니다. 화려함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피어나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끈기가 모여 오늘의 풍성한 아름다움을 이룹니다. 페추니아를 바라보고 있으면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라질 등 남미원산.

밀리언 벨(Million Bells)
밀리언 벨은 작은 나팔 모양의 꽃이 수없이 피어 '백만 개의 종(Bells)'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꽃이 지면 새로운 꽃이 계속 피어나 봄부터 늦가을까지 풍성한 꽃을 감상할 수 있어 정원과 베란다, 화분, 행잉 바스켓에 매우 인기 있는 식물입니다.

숙근코스모스는 일반 코스모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지만, 겨울을 난 뿌리에서 해마다 새싹이 돋아나는 여러해살이(숙근성) 초화입니다. 가늘고 긴 줄기 위에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피어 정원에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해 줍니다.

천인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초화류로, 영어로는 Blanket Flower라고 부릅니다. 붉은색·주황색·노란색이 섞인 화려한 꽃이 특징이며, 더위와 건조에 강해서 화단이나 공원에 많이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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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베배,세리나정원 41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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