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나린다
한 희 원
눈이 나린다
하얀 눈이.
나는 나리는 하얀 눈을
아이를 안듯 안았다.
두 손에 하얀 눈이 쌓인다
발 위에도 몸에도
가난한 내 마음 위에도
눈은 나려 쌓인다.
차디찬 땅에 꽃이 핀다.
눈송이들이 서로를 향해
고개를 젖는다.
'그래 겨울은 겨울다워야지'
살을 에이는 차가움이
고통만은 아니다.
고통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겨울이 지나면 알 수 있다.
눈이 나린다. 하얀 눈이
아무런 말도 없이 춤을 춘다.
침묵의 춤
침묵이 들려주는 노래.
나는 오랫동안 눈을 맞으며
노래를 듣는다.
세상에서 가장 소리죽여 부르는 노래를.
기도였다.
눈물이었다.
춤이 멈추고 노래가 그쳤다.
고통이 아름다우듯
이별이 아픔이 아니다
언젠가 이별은 우리 모두이다.
밤이 젖어가듯
세상은 기도처럼 고요하다.
그 짙은 밤에
눈이 나린다. 하얀 눈이
하얗게
하얗게.
2026. 1. 2일 밤 11. 45분 한희원
눈이 내린다 하얀눈이
눈이 내 메마른 영혼위에

한희원 시인화백이 KBS1 [32회] 네트워크 공동기획 문화스케치에 방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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