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1 흰모란 개화


벗님들이 정원을 어쩌다 방문하면 "관리되지 않은 정원"이라고 품평을 한다. 나는 자연정원이라고 한다. 잡초들도 화초대우를 받는다. 웬만하면 뽑지 않는다. 민들레 고들빼기 원추리 창포 등이 나무사이에 잘 자란다.
4월 중순이다.
매화, 수선이 지고 튜립, 동백도 끝물이다.
철쭉이 한창이다.
이제 모란 꽃봉오리가 함초롬하고 이어 작약도 꽃망울을 머금었다.
강아지들은 부르면 한 번 예의로 왔다가 둘이가 다정하게 걸어다닌다.
6월에는 새끼들이 기대된다.
앞산 무등산이 머얼리 보랏빛이고 뒷산 금성산의 신록이 황홀하다.
산과 산 사이에 강이 흐르고 들이 펼쳐진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산다.
꽃들이 피고 지듯이.

수선화는 잎만 남았다.

수선화중 가장 꽃이 작다.
지름이 1cm도 되지 않는다.
잎은 마치 부추잎처럼 동글동글하다.
향기가 매우 짙다.
수선화중 가장 늦게 핀다.


마지막 동백꽃들이다.




저절로 나고 자란 튜립이 진다.


철쭉이 한창이다.
담장 안에서도 담장 밖에서도.



모란꽃봉오리- 위로부터 붉은, 흰색, 노란모란이다.
봉오리와 잎색이 다르다.




작약- 제일 아래가 셜리 템플이다.


다른 때는 부르면 즉각 온다
봄이 오니 한번 예의상 왔다가 다시는 안 온다.
둘이 꼭 붙어있다. 수시로 뽀뽀도 한다.
아마 6월경에는 새식구들이 생길 것같다.

멀리 무등산
무등산은 멀어질수록 보랏빛이다.

♥ 친구의 감상
‘관리되지 않은 정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정원’이라는 자기만의 미학으로 전환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인위적 질서보다 생명의 자생성과 시간의 흐름을 존중하는 시선이겠지요..
특히 4월이라는 계절의 이행—매화와 수선의 퇴장, 철쭉의 절정, 모란과 작약의 예고—이 자연의 호흡처럼 차분히 이어지며, 정원이 하나의 살아 있는 시간의 기록입니다. 꽃의 개화만이 아니라 강아지의 짝짓기와 새 생명의 예감까지 함께 배치한 점은, 자연의 순환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멀리 보랏빛으로 흐려지는 무등산과 신록의 금성산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삶을 “그 사이에 사람들이 산다”라는 한 문장으로 놓아둔 결말은 간결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정원을 ‘가꾸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계’로 바라보는 사유가 담긴, 소박하지만 철학적인 자연 산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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