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의 시간
바다 속에도 안개가 살고있을까
북쪽으로 향하는 기차는 점점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들녁도 마을도 지평선도 사라졌다
짙은 안개만이 늙은 수도승처럼
오랜 침묵의 화석이 되어 있었다
영혼이 잠식되어간다
어린 시절 기억도
숨죽이던 눈빛도
서서히 말라 바스락거린다
안개속에서는
버려야 할 기억들만 깨어난다
버려진 기억들
잊혀졌던 얼굴들
서랍속에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빛바랜 수첩속의 주소들
그리고 떠나지 못했던 목소리들
앞을 볼 수 없을만큼
안개가 더욱 짙어졌다
빗방울이 사선으로 창을 친다
차가웠던 유형의 시간이
향기를 잃은 꽃속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본다
안개가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은다
짙다 짙다
마른 잔풀 속에 녹슨 자동차 누워있다
유목의 시간이 갈 곳을 잃고
버려진 운전석에 앉아있다
안개가 굳건히 입을 다물고있다
마치 하얀 뼈들의 무덤처럼
미동도 없는 너처럼
(2026. 2. 24.오전10. 32분)

〈안개〉 한희원 피아노 연주
(짧은 영상)
https://www.youtube.com/shorts/z3qm3uwQF94?feature=share
(전체연주영상)
https://youtu.be/T0_ZC2BfX_A?list=RDT0_ZC2BfX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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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6 눈물처럼 눈이 내릴 때, <겨울 오후, 그 차거움>겨울 오후, 그 차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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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한희원 시집 《시간 너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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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간 너머 시간>은 교보, yes24, 알라딘, 리디books, 등 전자서점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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