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설

봄 오후 - 한희원 시그림

ART GARDEN 2026. 3. 24. 08:43

봄 오후

설유화 하얀 잎이

바람에 못이겨 수선스럽게 흔들린다

봄 날 오후의 햇살에

골목길 담벼락의 그림자

길게 몸을 뉘인다

이제 막 피어난 목련 너머로

산 까마귀 소리지르며 난다

산에는 아직 푸르지못한 나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허술한 차림으로 서있다

너무 이른 봄 낙엽

꽃이 떠나려하는 매화 그늘에 쌓인다

저녁이 찾아오면 내 그림자 길어지고

햇살이 지쳐 비틀거리며 걷는

봄 오후

몇번의 오후가 지나고

꽃잎의 그림자 사람들

발자욱에 밟힐 즈음이면

가슴에 쌓인 설유화 꼭 꼭 씹으며

쓴 약처럼 쓰디 쓴

그리움을 버린다

봄 오후의 그림자

골목길 끝으로 눈길도 없이 사라진다

2026.3.21오후 4.37분 한희원

양림동미술관에서 봄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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