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오후
설유화 하얀 잎이
바람에 못이겨 수선스럽게 흔들린다
봄 날 오후의 햇살에
골목길 담벼락의 그림자
길게 몸을 뉘인다
이제 막 피어난 목련 너머로
산 까마귀 소리지르며 난다
산에는 아직 푸르지못한 나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허술한 차림으로 서있다
너무 이른 봄 낙엽
꽃이 떠나려하는 매화 그늘에 쌓인다
저녁이 찾아오면 내 그림자 길어지고
햇살이 지쳐 비틀거리며 걷는
봄 오후
몇번의 오후가 지나고
꽃잎의 그림자 사람들
발자욱에 밟힐 즈음이면
가슴에 쌓인 설유화 꼭 꼭 씹으며
쓴 약처럼 쓰디 쓴
그리움을 버린다
봄 오후의 그림자
골목길 끝으로 눈길도 없이 사라진다
2026.3.21오후 4.37분 한희원
양림동미술관에서 봄 오후에



1-54 ▶ 한희원 시집 《시간 너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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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시간 너머 시간> 교보, yes24, 알라딘, 리디books, 등 전자서점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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