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일차
푸른 심장 수삼무르에서 3000년의 고도 오쉬 까지
500여 km의 거리지만 구절양장의 도로를 달리다 보니 꼬박 하룻길이다.
가는 도중에 온통 꽃밭이요 허브식물이 거친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어느 꽃밭에 이르러 오늘이 현충일임을 기억해 내고 순국선열에 대한 깊은 사랑의 마음으로 묵념을 올렸다. 잠시 떠난 고국이지만 애국의 마음은 감출 수 없나 보다.
우리는 물의 길을 따라 물과 함께 오쉬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초원 길의 등대, 부라나가 있는 우즈겐을 들러 미나렛을 둘러본다. 오늘의 마지막 여정. 로마보다 더 오래된 3000년의 고도 오쉬에서 양고기 꼬치 샤슬릭으로 마무리한다.

현충일(6.6) 순국선열에 대한 깊은 사랑의 마음으로 묵념













천산(天山)의 눈물, 대지의 노래가 되다(박군서 글)
지난 늦가을, 천산(天山)의 외로운 높은 봉우리마다 소리 없이 내려앉았던 눈송이들.
차가운 계절을 견뎌낸 그것들이 마침내 봄날의 부드러운 훈풍에 가만히 몸을 풀며 사르르 녹아내린다. 웅크렸던 백색의 침묵을 깨고, 그들의 기나긴 여정—위대한 물의 여행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다.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투명한 발걸음은 먼저 수삼무르 대초원의 마른 품을 살포시 적신다. 물줄기가 스쳐 간 자리마다 대지는 경이로운 색채로 깨어난다. 주홍빛 금매화는 제 안의 불꽃을 더 붉게 태워 올리고, 고혹적인 짙은 보랏빛 물망초는 무리 지어 초장 위로 피어나 피안의 세계를 이룬다. 나도개미자리며 미나리아재비까지, 제각각의 이름을 가진 야생화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저마다의 가장 눈부신 꿈을 꾸기 시작한다.
초원을 채운 꽃들의 향연은, 물이 대지에게 건네는 첫 번째 축복이다.
거친 격류를 지나, 문명을 적시는 강으로
이름 없는 작은 시내로 시작한 물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몸집을 불려 마침내 거대한 나른강이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흐름도 잠시, 웅장한 톡토굴 댐의 차가운 벽에 갇힌 그들은 수력발전소의 거대한 풍차를 돌리기 위해 수직의 절벽 아래로 아찔하게 곤두박질친다. 문명의 불을 밝히기 위한 격렬하고도 필연적인 추락이다.
격정의 시간을 지나 겨우 숨을 고른 물줄기들은 다시 서로의 손을 단단히 맞잡는다.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의 시르다리야강으로 제 이름을 바꾸어 부르며, 이제는 끝없이 펼쳐진 너르디너른 목화밭을 적시는 어머니의 젖줄이 된다. 타들어 가는 대지를 살리기 위해 제 몸을 아낌없이 나누어 준 탓일까, 위대했던 물의 큰 무리는 어느덧 눈에 띄게 쇠약해지고 야위어간다.
여정의 끝, 아랄해의 소금 사막에서
마침내 다다랐으나 이제는 호수라 부르기 무색해진, 아랄해의 거친 소금밭.
천산의 꼭대기에서 눈부시게 빛나던 그 정갈했던 물들은, 이제 갈증으로 갈라진 소금 대지의 입술을 축여줄 마지막 한 방울의 눈물로 남는다.
태양 아래 제 몸을 완전히 증발시키며, 격렬했던 흐름도, 꽃을 피웠던 기억도, 문명을 깨웠던 자부심도 모두 흔적 없이 사라진다. 천산에서 출발한 그 기나긴 여정은 이윽고 이곳에서 고요히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멸이 아닌, 다시 하늘로 올라가 천산의 눈송이가 흐를 다음 봄을 준비하는 위대한 침묵이리라.
초원 길의 등대, 부라나


키르기스스탄의 광활한 초원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 위로 붉은 벽돌 탑 하나가 외롭게 솟아오른다. 그것이 바로 Burana Tower, 한국어로는 부라나 탑이다. 우즈겐 부라나타워. 우즈겐의 부라나는 11세기 말에서 건축되기 시작하여 12세기 초에 완공되었던 초원길의 등대 역활을 하였고 그 후 무슬림의 득세로 무슬림 신학교 역활을 감당하는 마드리사로 변모한다.


양고기 꼬치 샤슬릭
<이전 자료>
천산산맥, 파미르 고원으로 떠난 사람들(1부)
https://view36920.tistory.com/445
천산산맥, 파미르 고원으로 떠난 사람들(2부)
https://view36920.tistory.com/446
<박군서 작품집>
♡사진으로 가보는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천상화원(天上花原)과 파미르고원 | 박군서 서사문화사진집
https://blog.naver.com/wtcho2/224169597443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유용상 클래식 기타와 키르기스스탄의
별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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