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정도 무렵이었다.
3월의 따뜻한 햇빛을 쬐며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마당 끝. 정원돌이 시작되는 부분의 땅이 이상하였다.
땅의 일부가 들려있었다.
노르스름하게 보이는 끝이 둥근 물체가 흙을 밀고 올라오고 있었다.
겨우내 딱딱해진 땅의 일부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가만히 쳐다보니 연약해보이는 싹이었다.
나는 가만히 그 싹을 만져보았다.
보기와는 달랐다.
연약하고 귀여운 노란병아리처럼 보였는데
만져보니 쇠처럼 단단하였다.
날카로웠다.

생명은 부드럽고 강하다.
성인이 되어서야 그 식물체의 이름을 알았다.
상사화
여름이면 핑크빛 꽃을 피웠다.
여름방학때 외갓집에 가보니 안채 뒤안과 사랑채에 상사화가 무성하였다.
어머니께서 외갓집에서 상사화를 가져오신 것이었다.
생명을 뚜렷하게 느낀 거의 첫번째 경험이었다. 상사화.
상사화 새싹
노란 상사화 새 싹이 대지의 덮개를
헤비급 역도선수처럼 들어올렸다.
햇빛이 쨍쨍 내리쬘수록 채송화꽃은 더욱 빛났다.
앵두나무 아래 골담초 꽃잎을 잎에 물고 헛간에 서면
갓 태어난 염소가 자궁에서 툭 떨어졌다.
어미염소가 혀로 핥으면 잠시 비틀거리다가
깡총 두엄자리를 뛰어다녔다.
붉은 벼슬을 세우고 수탉이 옆집 수탉을 쫒아내면
거위가 어슬렁대다 똥을 뿌지직 쌌다.
아버지 손을 잡고 논두렁에 올라서면 가득히 펼쳐지던 자운영꽃이
저녁밥을 먹고 나선 학교 운동장 하늘 위의 수많은 별꽃들로 떠올랐다.
상사화 새순을 만져보았을까?
오십이 넘어서 상사화 새 순을 다시 만져보았다.
노란 병아리털같은 새 싹이
칼끝처럼 날카롭고 투구처럼 단단한 줄 정말 몰랐다.
(2012. 6. 10)
그리고 나의 기억에 뚜렷한 꽃은 채송화이다.
학교 옆에 위치한 우리집에 학생들이 드나들었다.
채송화가 무성한 마당에 3-4학년 누나들이 들어와서 쪼그려앉아서
채송화를 쳐다보았다.
무엇이 그리 누나들을 쳐다보게 하는지 나도 그옆에 앉았다.
채송화를 쳐다보았다.
집 위로는 논밭이 있었다.
어느 봄날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그 논밭위로 갔다.
보라색 자운영이 논밭에 피어 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자운영 꽃밭이 끝없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도 자운영 꽃밭은 마음 속에 표구되어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형제들이 모두 꽃나무를 좋아하였다.
10대 시절 전세집을 전전하면서도 화분 30개를 가지고 이사를 하였다.
나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동백꽃을 매우 사랑하는 분을 만났다.
전세계의 동백품종을 오랜 기간 수집하였다.
남해안에 섬을 하나 구입하여 전세계의 동백품종을 심는 것이 그 분의 꿈이었다. 한국동백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였다.
어느 금요일 오후였다.
그 분과 동백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약간 오한이 든다고 하였다.
그 날 왜 오한이 오는 지 검진을 받았다.
치명적인 진단을 받았다.
얼마되지 않아 그 분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 동백을 모두 인수하였다.
근처에 땅을 마련하고 수백종의 동백을 이식하였다.
그 분 의지대로 섬을 살만한 재력도 운영능력도 없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조그만 동백정원을 마련하였다.
날마다 산책을 간다.
동백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에서 자란다.
동백은 영어로 Camellia라고 부른다. 이는 일본에서 유럽으로 동백을 가져간 카멜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학명과 속명이 지어진 것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는 일본말이다. 한국말로 '동백아가씨'라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동백을 춘(椿, 쯔바키)라고 부른다. 19세기말 유럽에서는 일본문화를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고호 그림의 나무들, 모네의 정원 속에 일본 풍물이 표현되어 있다.
동백을 기르고 지켜보는 것은 나를 관찰하는 것이다.
세상을 성찰하는 것이다. 통찰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3찰이라고 부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동백정원을 산책하며 3찰하며 살아간다.
동백정원을 마련한 이후 관찰자료를 사이버 카페에 기록하였다.
유튜브로 영상자료를 공유하였다.
마음에 남은 이미지들은 시집에 담았다.
다음 자료들은 지난 20년 동안의 동백정원의 관찰·성찰·통찰 기록이다.
♠ 한국동백연구회 (사이버 카페)
https://cafe.daum.net/koreacamellia
이 정원을 걷다보면 마음 속에 생각이 고이곤 한다.
* 조원탁 제3시집 정원 성찰(Garden Introspection)
https://blog.naver.com/wtcho2/224143266363
나의 의식이 기억하는 첫번째 생명체의 존재, 상사화 새순, 채송화의 기억은 선명하다. 생명의 힘과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꼈다. 동백정원을 산책할 때마다 그 감각이 다시 생각난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생명의 기미를 느낀다. 가장 어릴 때 느꼈던 정원의 서정이 나이가 들수록 되돌려 느껴진다.
유년기의 힘, The Influence of Childhood
밀물처럼 밀려들어 영혼의 발목을 적신다.
<이전 자료>
1부 유년기의 힘 The Influence of Childhood
1. 잠보 A Long Sleeper
https://blog.naver.com/wtcho2/224309655090
2. 삼신 할미 Samsin, the Goddess of Birth
https://blog.naver.com/wtcho2/224309773493
3. 음악
https://blog.naver.com/wtcho2/224310159337
4. 꽃
https://blog.naver.com/wtcho2/224311237490
♠동백정원- 매화, 수선, 동백(세계에서 꽃이 가장 큰 동백꽃 소개):
3월의 나주 야외정원
정원 성찰(Garden Introspection)- 조원탁 제3시집
조원탁 시집: 정원 성찰 https://youtu.be/thLUIkrwO6g 정원 성찰 (Garden Introspection) 저자조원...
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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