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모임이나 전시에 거의 참석을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강요배 전시만은 놓칠 수 없어서 아내와 함께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왔다.
역시 강요배!
압도적 크기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을 그야말로 압도한다.
작품의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강요배의 작품세계가 주는 압도적인 감동 때문이다.
작품 앞에 직접 서기 전에는 절대로 이 압도적인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코너에 있는 <동백꽃 지다>라는 영상은 제주 4•3항쟁을 그린 50점의 그림을 영상물로 만든 것이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때였을까?
그때 강요배의 <동백꽃 지다> 50점의 그림을 보면서 너무 처연해서 속울음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도 역시 '동백꽃 지다'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중간에 코발트라는 작품이 있던데, 혹시 대구 코발트 탄광의 학살을 그린 작품이 아닐까?
코발트 탄광에는 아직도 3천구가 넘는 시체가 발굴도 못한 채 쌓여 있다고 하던데.



'폭포 속으로'
- 김상윤: 찬찬히 살펴보면 용 한 마리가 승천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합니다.
- 조원탁: 그림을 보자보자 용 한마리가 꿈틀꿈틀 폭포 속을 용을 쓰며 올라가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용 쓰느라 애쓴다는 생각이 들어 짠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상윤: 강요배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리했다고 합니다.



광주5•18을 그린 것이다












'코발트'





▶강요배의 회화 “기억의 윤리”에 관한 예술: 인간 존엄에 대한 끝내 포기하지 않는 믿음.
강요배의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나 역사기록화의 차원을 넘어, “시간” 자체를 인간의 고통과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거대한 미학적 장치이다.
전시 제목인 《시간을 품다》 왜 시간을 품는다일까. 강요배의 그림은 시간을 설명하지 않고, 시간을 견디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작품의 “압도적 크기”이다. 그러나 그 압도감은 단순한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비극의 밀도와 집단기억의 무게가 화면 안에서 내면화되어 있다. 거대한 캔버스는 관객에게 감상의 거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관객은 그림을 “본다”기보다 역사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작품 앞에 직접 서기 전에는 느낄 수 없는 감동”. 강요배의 작품은 이미지가 아니라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특히 제주 4·3을 다룬 <동백꽃 지다>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가장 처연한 역사서사 가운데 하나이다. 제주 4·3을 다룬 많은 예술작품들이 있었지만, 강요배는 피해의 기록보다 “살아남은 자의 침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의 화면 속 붉은 동백은 단순한 희생의 상징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죽음이 동시에 피어나는 한국적 비극미의 결정체이다. 김상윤 선생님께서 “속울음을 울었다”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더 이상 언어가 되지 못한 채 '헉'하며 숨이 멈추어지는 처절하고 숙연한 지점까지 우리들을 밀고 간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강요배 특유의 색채이다.
그의 붉은색은 선동적이지 않고, 검은색은 절망으로만 침잠하지 않는다. 붉음 속에는 피와 생명의 이중성이 있고, 검음 속에는 애도의 깊이가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정치적이면서도 동시에 존재론적이다. 단순한 “민중미술”의 범주를 넘어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사건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인간 영혼에 남은 흔적을 그리는 화가이다.
‘코발트’ 작품 역시 의미심장하다. 실제로 코발트광산은 한국전쟁기의 집단학살 기억이 응축된 장소이다. 강요배가 이 소재를 다루었다면, 그것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음”에 대한 회화적 증언일 것이다. 발굴되지 못한 시신들의 존재는 한국 현대사의 미해결성과 망각의 폭력을 상징한다. 강요배는 바로 그 “묻힌 시간”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왔다.
또한 이번 전시가 “민주인권평화전”이라는 맥락 속에 놓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5·18과 제주 4·3, 한국전쟁기의 민간인 학살 등은 서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연속된 상처들이다. 강요배는 그 상처들을 시간축 위에 연결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는 지역의 비극이 곧 인간 전체의 비극으로 확장된다.
중정 김상윤 선생님의 말씀. 이태호 교수가 제주도에서 강연을 하였고, 그 주제가 세한도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한도는 동북아 최고의 걸작품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바람이 없다" 고 하였다. 강요배 화백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느낀 바 있어서 제주도의 속살을 그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씀이 있었다.
흥겨워 보이는 75세의 강요배 화백 동영상 역시 울림을 준다.
그토록 비극적인 역사를 평생 그려온 화가가 삶의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설명하는 예언이다. 그의 그림에는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끝내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 생명감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슬프지만 허무하지 않다. 오히려 깊은 상처를 통과한 뒤의 따뜻함 같은 것이 남는다.
결국 강요배의 회화는 “기억의 윤리”에 관한 예술이다.
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 죽은 자를 다시 시간 속에 불러내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인간 존엄에 대한 끝내 포기하지 않는 믿음. 그것이 이번 《시간을 품다》 전시의 본질적인 미학이다.
▶ 유홍준 특별강연ㅡ 신학철의 예술세계: 시대의 몽타즈(2025.02.21. 광주시립미술관)
https://blog.naver.com/wtcho2/223973144966
▶ <김상윤의 그림이야기> 목록
(1-42) 中正 김상윤 선생님 봄정원 풍경(4. 13, 담양) - “나이 든다는 것은 시드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깊어지는 일”
https://blog.naver.com/wtcho2/224252789703
50년 동안 흔들리며 배운 세상- 나의 소박한 운동사/ 김상윤
https://blog.naver.com/wtcho2/224125029519
▶김상윤 소장품전 5·18 40주년 ‘민중畵, 민주花’전
은암미술관, 2020년
“시대와 호흡하는 작품… 울림 오래갔으면”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 소장품 전시
1981~2000년 민중미술작가 18명 작품 25점
송필용·한희원·하성흡 등 포함
http://kwangju.co.kr/article.php?aid=1586790000693563007
☎ 이메일 김상윤 sykim49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