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박행보 선생의 55세때 그린 문인화: '가재를 빗대어 청렴하게 살겠다'- 김상윤 그림이야기

ART GARDEN 2026. 5. 20. 08:57

박행보 선생이 55세 때 그린 문인화 그림입니다.

아마 '가재를 빗대어 청렴하게 살겠다'는 뜻으로, 신독재 김집이 지은 시라고 하는군요.

前步有能 後步能

背石穿砂 自作家

靑山一脈 寒泉裏

不願江湖 萬里波

앞걸음도 잘하니 뒷걸음도 잘하고,

돌을 등에 지고 모래를 뚫어 스스로 집을 지었다.

청산 일맥 한천 속에서 사니

강호만리의 파도 같은 것은 원하지 않으리.

  • 조원탁: 글씨는 곧 마음이라더니 글씨도 부드럽고 하물며 대나무의 날카로운 잎새들도 온유하게 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괴석도 편안한 친구처럼 서 있습니다 ------ 서여기인(書如其人)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 즉, 글씨체에는 사람의 마음가짐·인품·정신세계가 드러난다. 필적심성(筆跡心聲) : 붓의 자취는 마음의 소리 심정즉필정(心正則筆正) : 마음이 바르면 붓도 바르다. 이러한 글귀들이 생각나게 합니다.

▶박행보 선생의 이 문인화는 가재라는 작은 생명체를 통해 삶의 윤리와 존재의 자세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문인화 특유의 절제된 필치와 여백은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청렴”과 “자족(自足)”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화면 전체에 스며들게 합니다.

특히 “돌을 등에 지고 모래를 뚫어 스스로 집을 지었다”는 구절은, 외부 권력이나 화려한 강호의 세계보다 자신의 내면과 노동으로 삶을 일구겠다는 선비적 태도를 상징합니다. 가재의 뒷걸음조차 “앞걸음 못지않다”는 표현은 세속적 성공의 직선적 가치관을 비껴가며, 느리고 고독한 삶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존재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화려함이 아니라 “맑은 절제”에 있습니다. 청산과 한천(寒泉)의 이미지는 차가운 고요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정신의 풍경이 되며, 문인화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인격의 수양과 철학의 기록임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박행보 朴幸甫, 금봉(金峰) 서예가, 한국화가, 1935-

※ 박행보 작품목록

93세 되신 금봉 박행보 선생님을 모시고 신춘휘호 행사(2026. 3. 5) - 김상윤의 그림이야기

https://blog.naver.com/wtcho2/224210887703

 

박행보의 대나무 그림을 목판에 새긴 문인화 한 점 - 김상윤 그림이야기

https://blog.naver.com/wtcho2/224125296345

▶ <김상윤의 그림이야기> 목록ㅡ 59개의 글

中正 김상윤 선생님 봄정원 풍경(4. 13, 담양) - “나이 든다는 것은 시드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깊어지는 일”

https://blog.naver.com/wtcho2/224252789703

50년 동안 흔들리며 배운 세상- 나의 소박한 운동사/ 김상윤

https://blog.naver.com/wtcho2/224125029519

▶김상윤 소장품전 5·18 40주년 ‘민중畵, 민주花’전

은암미술관, 2020년

“시대와 호흡하는 작품… 울림 오래갔으면”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 소장품 전시

1981~2000년 민중미술작가 18명 작품 25점

송필용·한희원·하성흡 등 포함

http://kwangju.co.kr/article.php?aid=1586790000693563007

☎ 이메일 김상윤 sykim49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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