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바람이 침묵이라는 것을
침묵이 또한 바람이라는 것을
담장에 핀 백화등 하얀 꽃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동백처럼 뚝 떨어지지도 않고 목련처럼 퇴색하지도 않게 서서히 서서히 늙어간다 햐얀 꽃이 시들해질 즈음 그에 향기도 잃어간다
바람이 소리없이 지나가는데도 꽃들은 지레 우수수 떨어진다 이렇게 변해가는 꽃잎중에 마지막 남은 꽃잎은 어떤 모습일까 여름이 지나고 가을까지 시린 겨울까지
잎은 메달려 있을까
가끔씩은 도시가 말을 잊었으면 한다
하루라도 모든 말이, 걸음이,사유가 정지되었으면 한다 텅 비어있는 그 곳
그 곳에서 생명이 자각한다
지하 소극장에 내려가 산능선에 가로누운 묘비석을 그렸다
누렇게 변한 백화등 꽃잎이 흩어지고 쌓인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위에 앉아 시집을 읽는다 시집위에 꽃잎이 쌓인다
어두운 지하 소극장을 나와
거리를 걷는다
늙은 화가가 노인보호구역을 빠르게 걷는다
나는 가끔씩 도시가 말을 잃었으면 하고
서로를 못 알아봤으면 한다
깊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026.5.21.오후4.59분 한희원

<작품 목록>
(55-93) 이 저녁을 너에게 보낼 수 있었으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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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 한희원 시집 《시간 너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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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오지호미술상 기념 전시회 및 시집 <시간 너머 시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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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작가, 오지호미술상 전시 초대전 & 오프닝 행사: 피아노 연주- 한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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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화가 ‘골든아티스트어워드 올해의 작가상 대상’ 수상(2026. 3)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7262231679627300
한희원 한생곤 <사유의 두 축>, K&L 뮤지엄 특별전, 2028. 4. 30-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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