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두고두고 생각나는 사람
10. 6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두 분의 선생님
옛 친구들을 만나면 곧잘 학창 시절 선생님 이야기가 화제가 된다. 대개는 선생님으로부터 혼난 이야기, 매 맞은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나 역시 선생님 이야기를 꺼내면 매 맞은 기억부터 떠오른다.
1) 따뜻한 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선생님께서 회초리로 내 손바닥을 때리셨다.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 주셨다.
"이 문제는 네가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라, 경솔하게 생각해서 틀린 것이다."
전체 문제 가운데 단 하나를 틀렸는데도 엄하게 벌을 주셨다. 같은 문제를 틀린 다른 학생들에게는 회초리를 들지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선생님은 어린 나에게서 경솔한 기질을 보셨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그 회초리는 아프기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꾸중 속에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는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6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언행에서 때때로 경솔함을 드러낸다. 아직도 완전히 고치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의 따뜻한 회초리가 떠오른다.
40년 정도 지나서 우연히 선생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나를 기억하셨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회초리로 내 손바닥을 때린 것은 기억하지 못하셨다. 선생님께서 극장에서 개최된 도 예술발표회에서 1학년 초등학생인 나를 추천하여 개회사를 맡겼다. 물론 그것도 기억하셨다. 끝나고 나서 선생님께서 짜장면을 사주셨다. 짜장면의 돼지고기를 나중에 먹으려고 옆으로 비껴놓았는데 선생님께서 '너 돼지고기 안 먹는구나'하면서 먹어버리셨다고 하니 기억이 안난다고 하셨다. 식사를 한 번 모시고 싶다고 하니 극구 사양하셨다.
2) 지식이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이 되신 분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은 평생 기억에 남는 분이다. 그분을 떠올리면 세 가지 장면이 곧장 생각난다.
첫째, 밥을 꼭꼭 씹어 먹기
선생님께서는 점심시간이면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서 식사를 하셨다. 한 숟갈 먹을 때마다 서른 번씩 씹도록 하시고, 다 씹은 뒤에야 다음 젓가락질을 하게 하셨다. 그 습관을 무려 1년 동안 함께 실천하셨다.
그 영향은 평생 이어졌다. 밥을 충분히 씹어 먹으니 밥맛을 알게 되었다. 반찬이 특별하지 않아도 밥 자체가 맛있었다. 급하게 먹지 않으니 체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자연히 건강한 식습관이 몸에 배었다.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몸소 식습관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런데 군대에 가서 훈련소에 가서 먹는 습관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군대 훈련소에서는 3분 이내 식사를 끝내는 경우가 있다. 나는 식사를 하면 꼭꼭 씹어서 죽이 되어야 넘기는 습관이라 밥을 반도 먹지 않았는데 '식사 끝' 구령이 들렸다. 식판을 든 채로 걸어가면서 먹다가 기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둘째, 말의 힘을 보여주신 분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늘 5분 정도 이야기하셨다. 말씀은 조용했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말씀을 마치고 교실을 비우셔도 감명을 받은 학생들은 적어도 두 시간은 꼼짝없이 앉아 공부했다. 당시 한 학급에 60~70명씩 있었지만 떠드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그때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에서 나온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선생님께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늘 경어를 사용하셨다는 점이다. 아이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시는 모습이었다.
그 영향인지 나 역시 지금까지 나이나 지위를 따지지 않고 가능하면 경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선생님처럼 사람을 설득하는 힘을 갖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사람을 존중하는 말의 태도만큼은 배우고 싶었다.
선생님께서는 매를 든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제자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제고사를 하면 6학년 12개 반중에서 항시 선생님 반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내곤 하였다. 선생님이 성적을 위해서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이 나타났다.
또 특이한 것은 수업의 진행을 선생님이 하시다가 어려운 문제나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면 학생들이 나와서 설명하도록 하였다. 선생님이 설명한 것보다 학생들이 설명한 것을 더 이해를 잘 하였다.
셋째,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걷기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학교에서 퇴근하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선생님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은 채 허리를 곧게 펴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계셨다.
그 모습이 이상할 만큼 인상깊었다. 추위에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삶의 자세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부터 겨울에도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걷는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에도 천천히 햇빛 속을 걸어간다.
추운 겨울날에도 '오늘은 조금 시원하구나'라고 마음속으로 되뇐다. 더울 때는 '오늘은 조금 따뜻하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입밖으로 춥다거나 덥다고 말하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선생님은 교과서의 지식을 가르치신 분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작은 습관과 마음가짐의 많은 부분은, 어린 시절 그 선생님의 조용한 뒷모습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선생님의 식사습관, 수업전의 조용한 설득,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걸어가는 당당한 모습은 지금도 변함없이 내 마음과 몸에 남아 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노래 '도라지꽃'
♬ 도라지꽃(a balloon flower) 윤용하 곡 Hamonica by 조원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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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zz Harmonica(An dir Musik, Red Wing, How Great Thou Art, 성자행진곡, Oh! Sus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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